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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348 호 | 기사입력 [2024-09-24] | 작성자 : 강서구보

<사색의 풍경>나를 알아가는 여정(박주영)

여름은 늘어나는 흰머리처럼 조금씩 힘을 잃어가며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9월도 하순이지만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은 기세가 여전하다. 그래서인지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없게 한다.

어스름한 저녁, 집 앞 공원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벌써부터 청아하다. 아직 둥근 달이 꼭대기까지 오르지도 않았는데 귀뚜라미는 밤새 저럴 참인가?

피부에 닿은 밤바람이 한결 시원해지고, 약간 차가운 기운마저 느껴진다. 아직 가을의 중심에 있지도 않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감을 생각한다. 비약이 심하지만 서글픈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온 힘을 다해 푸른 빛을 내비친 나뭇잎이 벌써 옅어지고 드문드문 색이 변해 보이기도 한다. 마치 검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흰머리가 눈에 띄는 것만 같다. 성질 급한 녀석은 벌써 낙엽이 돼 바닥에 뒹굴고 있다. 바람 따라 스케이트를 타듯 미끄러져 내 발치에 슬며시 기댄다.

단풍은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흰머리는 늙어감(요즘은 새치 있는 젊은이도 많지만)을 무심하게 일깨워준다. 나무가 옷을 갈아입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을, 나는 화려하고 찬란했던 시절이 지나간다며 못내 아쉬워한다.

엄마는 가끔 많이 배우더라도 인생의 경륜을 이길 수 없는 게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우리네 인생사는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많은 순간 선택의 갈림길을 맞는다. 그럴 때는 어떤 사전에도 있지 않은 해답의 실마리를 살아온 경험에서 찾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든 이들은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는다.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삶의 지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면 운 좋게(?) 그 빛을 발할 기회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고 나서야 내가 믿는 것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관점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 일들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한다.

사소한 일에 쉬이 분노하고 화내지 않았는가 후회하며, 타인을 이해하는 힘도 해를 거듭할수록 아주 조금씩 길러지는 것 같다.

인생이라는 게 자신을 제대로 알아가는 여정이기에 나이가 드는 것은 그만큼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아직 심오하고도 깊은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좀 더 많은 세월과 풍파를 겪어야 어렴풋하게라도 알 수 있을 듯하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그저 한탄만 하는 어리석은 짓을 이제는 하지 않을 참이다.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기에 올해는 여름이 가는 것도, 저만치서 겨울이 오려는 것도 그리 싫지는 않다.

벼가 샛노랗게 익어 열매가 알알이 영글고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가을이다. 결실의 계절이 선사하는 풍요로움과 너그러움을 마음속에 가득 품어 보겠다.

뜨거운 태양 아래 곡식이 익어가듯 나도 차츰 여물어간다. 덩달아 내 사고의 품도 그만큼 성숙해질 것이라 믿어본다. 이 가을에는 더 원숙해 질 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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